
ELLE November 2010
elle meet designer
주효순과 폴과 앨리스
지난달 헤눅(Henooc) 디자이너 노현욱과의 인터뷰 끝머리. 셀렉트 숍의 대표이기도 한 그에게 물었다. 이 칼럼에 반드시 등장해야 할 이가 누구냐고. 그는 망설임 없이 폴앤앨리스 디자이너 주효순을 추천했다.
2008년 여름에 열린 폴앤앨리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만나고 처음이에요. 지난 2년 동안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?
-개인적으로는 일단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게 가장 큰 변화겠죠. 그러면서 인생의 한쪽이 안정됐어요. 삶이 더 묵직해진 느낌이랄까요? 그리고 우리 같은 디자이너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진 것 같아요. 저 같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알려지고 또 그들의 옷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죠.
'신진'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매체에 많이 소개된 후 폴앤앨리스는 조용히 행보를 보여줬어요.
-일전에 디자이너 서상영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, 그때 그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. 한 번 컬렉션을 시작하면 쉴 수 없다고요. 저 역시 어찌어찌 하다보니 계속하게 되더라고요. 다음 시즌 옷을 미리 만들고 생산이 들어가면 쉼없이 그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, 그런 식의 순서를 따라가다 보면 도무지 멈출 수 없는 거죠.
감성을 모아두었다가 길어 마시는 자신만의 우물이 있나요?
-영화에서 감성을 충전할 때가 많은데 특히 페도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좋아해요. <그녀에게>는 볼 때마다 엉엉 소리내어 울었어요. <빨간 구두>도 좋아하고요.
어떤 여성들이 입을 거라고 상상하나요?
-삶의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살아가는 여성들이요.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이들.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뭐할까, 나무처럼 평화로운 사람들이요. 제가 나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.
최근에 작업했던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아이템은 뭐예요?
이번에 처음으로 백을 만들었는데 A4사이즈의 가죽 백에 가죽끈 대신 프린트 스카프를 연결했어요. 2008 S/S 컬렉션에 사용했던 빈티지한 프린트를 다시 한 번 이용했어요.
지금 시점에서 폴앤앨리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뭐하고 생각해요?
-사실은 파리 다녀와서 생각이 많아요. 폴앤앨리스는 커머셜하 브랜드인데 옷 자체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. 그렇다고 하이엔드는 또 제가 추구하는게 아니죠. 그 중간 어디쯤에 우리 자리가 있을 텐데. 이제는 자리를 확실하게 잡아야겠죠. 해외 시장은 생각보다 세분화돼 있어서 그걸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요. -본문 中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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